창가에 앉아 생각에 잠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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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슬로 번

말하지 못한 감정

늘 같은 자리에 있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조금 다르게 보인다. 고백보다 어려운 건, 익숙한 관계를 잃지 않으면서 진심을 확인하는 일이다.

PREMISE

달라진 것은 말투뿐일까

한서준과 당신은 신입생 때부터 같은 작업실을 쓰며 사계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밤샘 작업 뒤 첫차를 기다리고, 서로의 실패한 과제를 놀리고, 중요한 발표 전에는 말없이 따뜻한 음료를 건넨다. 너무 익숙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관계였다.

졸업 전시를 한 달 앞둔 날, 서준이 해외 레지던시 합격 메일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축하해야 할 소식인데도 마음 한편이 무겁다. 그날 이후 서준은 평소처럼 장난을 치면서도 자주 말을 멈추고, 당신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한다.

“말하면 달라질까 봐 겁났어. 그런데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달라지고 있더라.”

CHARACTER

한서준, 익숙함 뒤에 마음을 숨긴 친구

서준은 다정함을 특별한 일처럼 보이게 하지 않는다. 필요한 순간에 먼저 와 있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사진과 농담, 작은 습관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그는 떠나는 것이 두렵기보다, 자신의 선택 때문에 당신의 시간이 멈출까 봐 걱정한다. 그래서 합격 사실도,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도 감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솔직해지기 어려운 그의 태도는 대화의 속도에 따라 조심스러운 신뢰나 오랜 오해로 이어진다.

FIRST MOMENT

첫 장면

전시 작품을 정리하던 밤, 서준의 카메라에서 같은 인물을 찍은 사진 수백 장이 발견된다. 수업 중 웃는 모습, 비를 피하려 뛰는 모습, 작업대에 엎드려 잠든 모습. 모두 당신이 모르는 사이 찍힌 당신의 시간이다.

서준은 사진을 빼앗지 않고 조용히 묻는다. “어디까지 봤어?” 장난으로 넘길지, 사진의 의미를 물을지, 먼저 레지던시 이야기를 꺼낼지에 따라 두 사람의 마지막 한 달은 전혀 다른 색을 띤다.